형, 형! 녀석이 호들갑스런 목소리를 하곤 달려와 다짜고짜 내 앞에 마주보고 섰다. 내 어깨에 양손을 올려 짚더니 내 발등 위에 제 발을 척, 척 올리곤 몸을 쭉 펴고 선다.

 

“야, 야! 뭐해! 아파!”

 

내려오라며 밀어내 보지만 아랑곳 않고 내 발등에 올라타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맞춰온다.

 

“너 인마, 형이 요새 오냐오냐 했더니 아주 기어올라, 어?”

 

내 발등을 밟고 한참을 섰던 녀석이 대뜸 묻는다.

 

“형, 어때요?”

“어떻긴 뭐가. 아파. 내려와.”

 

파스락 소리가 날 듯 마른 얼굴이 찡그려지나 했더니 금세 내 발등 위에서 내려온다. 그러곤 한다는 소리가, 형은 로맨틱 그런 거 하나도 없어. 로맨틱? 로맨티익?

 

“야, 발등 밟는 게 무슨 로맨틱이야! 쪼끄만 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내가 억울하단 목소리로 호소하자 녀석은 됐거든요, 하며 나를 지나쳐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어이가 없어 잔웃음이 났다. 녀석이 밟고 있던 내 발등을 잠깐 내려다 보다, 좀 전 가까이 밀착해 왔던 성종이 생각났다. 숨소리도 가까웠고 가슴팍도 닿을 듯 했고. 녀석의 코가 바로 내 코앞에 있던……. 하여튼 이성종……. 성종이 몸을 감춘 방문을 열며 녀석을 불렀다.

 

“야, 이성종!”

 

성종이 제 잠자리인 2층 침대 위에 엎드려 누워있다 얼굴을 빼꼼 든다. 그리고 내 얼굴을 확인하곤 삐지기라도 한 냥 다시 쏙 숨어버린다.

 

“이리 와봐.”, “싫어요.”

“빨리 내려 와봐.”, “왜요오.”

“좋은 말로 할 때 내려와, 이성종.”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킨 성종이 심통 난 표정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내 앞에 선다.

 

“이성종.”

“왜요.”

“이게 형이 부르는데 왜요가 뭐야, 왜요가.”

“어찌 저를 부르셨나이까~”

“이리 더 가까이 와봐.”

 

내 손짓에 녀석이 두어 발짝 더 다가온다, 여전히 그 못마땅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괜한 장난기가 솟았지만 더 못살게 굴었다간 화를 내며 소리를 빽 지를 것 같아 참기로 하고. 녀석의 허리께를 잡아 살짝 들어올렸다. 어렵지 않게 따라온 가벼운 몸을 내 발등 위에 올려 세웠다.

 

“뭐예요.”

“로맨틱인가 뭔가.”

“에게…….”

“아깐 형, 형! 하면서 신나서 달려와서 올라타더니. 아, 됐어, 됐어. 내려와 너.

 

녀석을 밀어내려 하는데 마른 팔이 덥석 내 허리춤을 안아오며 왼쪽 볼을 내 가슴께에 가져다 대며 기대온다.

 

“내려오라니까.”

“싫어.”

 

내 가슴에 파묻은 녀석의 동그란 머리통을 내려다보았다. 정수리까지 예쁘냐, 너는.

 

“형, 무슨 생각해요?”

“너 언제 내려올까.”

“헐~”

“니 정수리 예쁘단 생각하고 있었다, 왜.”

“형은 나 안 예쁜 데가 없지?”

“참나.”

 

녀석의 말에 실실 웃음이 났다. 곧 녀석의 팔이 끌어안았던 내 허리를 놓아주더니 기다란 손가락들이 내 손가락 사이를 파고든다. 녀석이 고개를 들고 날 바로 본다.

 

“김성규.”

“뭐?”

“김성규우우우.”

“이게.”

“기임서엉규우우우.”

 

녀석이 입술을 쭉 내밀고 우우- 하며 마지막 글자를 길게 빼 발음했다. 내 눈을 똑바로 보고. 그게 또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김성규우우우. 또 내 이름을 부르는 녀석의 쪽 빠진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갔다.

 

“아, 김성규형 진짜!”

 

녀석이 내 가슴팍을 밀어내며 떨어져 나갔다.

 

“김성규형 변태야.”

“그러니까 누가 하늘같은 형님 이름을 함부로 부르래?”

“그런다고 그러는 게 어디 있어요!”

“내가 뭘 했는데!”

 

입술을 손등으로 박박 닦아대던 녀석이 아랫입술을 쭉 내밀고 나를 노려본다. 내 손이 등 뒤로 문을 닫았다. 뾰로통해 있는 녀석에게 달려들 듯 다가가 녀석의 조그만 얼굴을 양손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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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o_s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