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글들/Text'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1.03 Y_O_U 下

Y_O_U 下

2012. 1. 3. 01:07 from 오래된 글들/Text

미르X성종
Y_O_U







 

연습을 시작한 지 6일 가량 지났다. 첫 춤 연습 날 이후로는 각자 바빠서 밤에 잠깐씩 만나서 맞춰보고 헤어지곤 했다. 그것도 매일 모두 다 모이지도 못했다. 어느 날은 누가, 또 어느 날은 다른 누가 빠지곤 했다. 연말이라 다들 스케줄이 많기도 했고 동희 형과 미르 형, 나는 올해 활동이 있었던 가수이기 때문에 연말 가요 프로그램 무대 준비 때문에 바빴다. 부족한 연습 시간 치고는 다들 안무나 대열을 잊어버리지 않아서 마지막 연습 때도 그럭저럭 의도한 만큼은 해냈다.


“성종이가 잘 추긴 잘 춘다.”


연습을 마치고 마지막 포즈로 마무리한 우리를 보며 프로듀서 형이 말했다. 형들이 모두 맞장구치며 나를 칭찬했다. 나는 조금 쑥스러워 웃다가 무심코 정면의 거울로 고갤 돌렸다. 형들이 하나 둘 씩 자리를 뜨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중앙에 앉아있는 나와 내 오른 쪽엔 여전히 그가 있다. 오늘은 이쯤에서 마치고 내일 보자는 현무 형의 말이 들려온다. 모두가 연습실에서 나갔지만 내 옆에 자리한 그 만큼은 도통 움직일 줄을 모른다. 나만 쳐다보는 그의 시선에 나도 덩달아 굳어버렸다. 잠시 우리의 시선이 거울을 통해 교차하던 중 갑자기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놀라서 두리번거리는데,


‘미르랑 성종이 아직 안 나왔는데?’

‘금방 나오겠지.’


아무래도 밖에서 불을 끈 모양이다. 그제 서야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뒷주머니에 꽂아 넣었던 휴대폰을 꺼내 들며 일어나는데 그가 내 손목을 덥석 잡는다. 창문도 없는 연습실은 앞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캄캄해서 나는 그가 있는 방향을 내려다 봤지만 역시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나가자고 말하려는데 그가 잡고 있던 내 손목을 아래로 끌어당긴다. 나는 그저 아빠다리를 하고 바닥에 앉았다.


“안 나가요, 형?”

“조금만 있다 가자.”


어둠 속에서 낮게 진동하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가만 입을 다물었다. 여전히 내 손목을 잡고 있는 그의 차가운 손이 느껴졌다.


“성종아, 그 얘기 들었어? 우리 연말에 합동 무대 있대.”


처음 듣는 얘기라 어둠 속에서 내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아마 내일 음악 방송 끝나고부터 연습할 것 같아. 늦게 결정된 거라 더 힘들겠다.”

“…….”

“그럼 성종이 계속 보겠네.”

“아…….”

“……좋다.”


어둠에 익숙해진 내 눈이 연습실 문틈으로 겨우겨우 들어오는 빛으로 그의 형체를 더듬는다. 너무 어두워서 그가 잘 보이진 않지만 혹시나 그가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을까 무서워 차마 그의 얼굴로는 시선을 둘 수가 없다.

좋다는 게 무슨 의미지? 긍정적인 말이었나? 그럼 뭐가 좋다는 걸까? 그의 몸 선을 따라가던 내 시선이 결국 내 손목을 잡은 그의 손으로 떨어진다. 성종이, 밥 먹었어? 따뜻하게 좀 입고 오지. 형이 차까지 데려다 줄까? 성종아, 전화번호 좀 알려주라. 그럴 때마다 내 가슴 한 켠이 참을 수 없이 간지러웠다. 형, 저한테 잘해주지 마세요. 저 형 좋아하는 이상한 애예요. 그로 인해 내 가슴이 방망이질 칠 때마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릴 까봐, 그의 말에 제대로 대답도 못 했었다. 지금은 뭐라고 해야 좋을까.


“성종아.”


그의 고개가 내 어깨에 닿아온다. 긴장한 내 몸이 경직 되었다.


“졸리다. 잠깐만 이러고 있어도 되지?”

“……네에.”


떨리는 내 목소리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우스웠다. 몇 분이나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고른 숨소리만 어둠 속을 메운지 꽤 되었다. 미르 형, 하고 불러봐도 대답이 없어 휴대폰 액정의 불빛을 그의 얼굴에서 약간 멀리 비춰봤다. 고개를 살짝 틀어 쳐다본 그의 얼굴은 정말 잠들었는지 고요하기만 하다. 그의 감긴 두 눈만으로도 내 가슴이 요동쳤다. 휴대폰의 빛을 끄자 다시 어둠이 우릴 덮쳤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내 손목을 잡고 있던 그의 느슨한 손을 깍지 껴잡았다. 행여나 그가 깰까 두려우면서도 내 손바닥으로 느끼는 그의 손바닥이 좋아서 웃음이 나기까지 했다.


“음…… 미르 형. 저, 형 때문에 막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요. 그것도 어엄청 빠르게. 매일매일 형이 손 잡아줬으면 좋겠구, 형 보고 싶고……. 이상하죠? 아까 형이 한 말, 날 계속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한 거였으면 소원이 없겠다. 어떡해……. 좋아하나봐.”


잠든 그에게 고백하던 내 고개가 힘없이 푹 수그러졌다. 한숨을 쉬다 그를 깨울 생각으로 고갤 드는데 맞잡고 있던 그의 손이 내 손을 꽉 쥐어온다. 그의 행동에 놀라 손을 빼내려 하자 그가 손을 더욱 꽉 쥐더니, 그의 다른 손을 내 허리 뒤로 뻗어 내 몸을 끌어당겨 안는다. 내 어깨에 살포시 놓여있던 그의 옆얼굴이 내 가슴께로 옮겨간다.


“어디, 우리 성종이 심장 얼마나 빨리 뛰나 보자.”


그의 말에 내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박동이야 말할 것도 없다. 정말 미치기라도 했는지 도저히 진정할 줄 모르는 내 심장을 그가 느끼고 있다는 게 창피할 지경이다. 나는 죽을 것 같아서 울상을 하고 있는데 그는 뭐가 그리 웃긴지 작게 웃음소리를 낸다.


“다, 들었어요?”

“응.”

“아……. 그게 그러니까요…….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

“기분 나쁘셨죠? 미안해요, 형.”


그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그가 나를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에 제대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왜 울고 그래, 성종아.”


울먹이던 내 목소리에 그가 고갤 들더니 양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 쥔다. 입술에서 당장이라도 흐아앙, 하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올 것만 같다.


“이제 형 봐도 모른 척 할게요. 저 때문에 괜히, 우현이 형 만나는 것도 불편하면 어떡해요. 미안해요, 혀엉…….”


내 눈 꼬리에서 출발한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가 그의 손에 닿는다.


“울지마, 성종아. 형도 성종이 좋아해. 성종이가 형 손잡을 때, 형 심장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어. 그런데 어떻게 니가 한 말을 못 들은 걸로 해. 녹음 못한 게 아쉽다.”


참았던 울음이 와앙, 터졌다. 그가 나를 끌어안는다.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는 손이 다정하다.

무대를 무사히 마쳤다. 원더보이즈 멤버들과 원더걸스 멤버들이 MC진을 사이드로 하고 나란히 섰다. 한 명 한 명 인터뷰가 이어졌고 곧이어 내 이름도 불렸다.


“우리 성종씨, 이 무대 준비하면서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썼는지.”

“신경 쓴 점은요, 어, 혜림 씨의 그 표정이 너무나 고와서 그걸 카피하느라 되게 어려웠었어요.”


내 대답에 옆에 서있던 현무 형이 표정을 어떻게 지었는지 보여 달라 한다. 마이크를 건네받고 한 발 앞으로 나가 춤을 추며 내 파트를 짧게 부르고 돌아왔다. 팬들의 함성과 형들의 귀엽다, 하는 말들이 들려왔지만 그것에 크게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오른 쪽에 서있던 미르 형이 새싹 모양으로 묶은 내 머리를 만진다.


“예쁘다.”


가까이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잠시 뒤 고갤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썬 글라스에 가려진 그의 눈이 보고 싶다. 까만 썬 글라스 너머 그의 눈이 내 눈과 마주치는 것 같았다. 그의 입술이 곡선을 그리며 웃는다. 다시 한 번,


‘예. 뻐.’


입을 벙긋거리는 그에 나도 웃어버렸다.

무대에서 벗어나 대기실로 가며 서로 수고했다며 인사하는 형들. 나도 형들에게 수고하셨어요, 꾸벅꾸벅 인사를 했다. 성종아, 다음에 또 보자. 광희 형에게 알겠다고 대답하고 그를 찾으려 두리번거리는데 손 두 개가 내 양 어깨에 올려 지더니 나를 끌고 대기실 복도 끝으로 간다. 열려져있는 비상구 안으로 들어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찾던 그가 썬 글라스를 벗으며 빙긋 웃는다.


“미르 형!”

“우리 성종이는 리허설 때보다 더 예뻐졌네?”

“형 때문에 만날 머리 이렇게 묶고 다녀야겠다.”


작지만 행복한 우리의 웃음소리가 비상구 안을 울렸다. 잠시 사소한 대화가 오가는데 비상구 문이 벌컥 열린다.


“진짜 여기 있네. 빨리 나와, 가야 돼!”


우리가 비상구로 들어왔다는 걸 누군가에게 들었는지 그와 같은 그룹의 멤버인 승호 형이 들어와 미르 형에게 소리친다. 방송국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사이라 나는 불청객인 그에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내게 바쁘게 인사한 승호 형이 미르 형을 끌고 나간다. 뒤를 돌아 나를 보며 손을 흔드는 그에 나도 얼떨결에 손바닥을 들어보였다.


“이게 뭐야…….”


오늘은 그래도 뭔가 특별한 일이 있을 줄 알았는데. 닫혀버린 문을 한참 바라보다 고개를 푹 숙였는데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지잉 울린다.


- 끝나고 합동 무대 연습할 때 보자. 보고 싶어 죽을 거 같아도 참아. 이따가 뽀뽀해 줄게.


휴대폰을 끌어안고 방방 뛰었다.

내년까지 벌써 사흘 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은 합동무대 때문에 사전 촬영이 있다. 우리 무대가 끝나고 내려와서 대기하다 엠블랙 무대가 끝나자마자 뛰어올라갔다. 잠깐이나마 미르 형이 보고 싶어서 그가 있는 쪽을 쳐다봤는데 우현이 형이 미르 형에게 달려가 안기는 게 보였다. 내가 저쪽에서 올라왔어야 했어. 혹은, 오늘 밤에 우현이 형을 죽여 버리겠어.

우리의 메인 무대가 끝났다.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대기실로 달려가 그의 무대를 모니터했다. 그의 파트가 랩뿐이라 뒤에 잡히는 그를 눈으로 쫓느라 애 먹었다. 그의 무대가 멋지게 끝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 달려가면 나를 반겨줄까. 막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 힘들고 지쳐있을 그가 나 때문에 쉴 시간도 뺏겨 버리는 게 미안하고 싫어서 다시 자리에 앉고 말았다.


“성종아, 미르가 부르는데?”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계속 방송을 보고 있는데 밖에 있던 우현이 형이 날 부른다. 미, 르, 두 글자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


“혀엉!”


그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나는 그가 반가운 것도 잠시 우현이 형에 대한 질투를 늘어놓았다.


“나빴어. 우현이 형만 꽉 안아주고.”

“어? 봤어?”

“와- 진짜 나빴다. 난 형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형 쳐다봤는데 형은 우현이 형이랑 껴안기나 하고.”

“미안, 미안.”


미안하다며 웃은 그가 엠블랙 대기실로 가잔다. 멤버 형들 있지 않냐고 괜찮냐고 묻자 신경 안 써도 된다며 내 팔을 잡아끈다. 그와 함께 그의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허리를 꾸벅꾸벅 굽히며 인사를 했다. 승호 형이 나를 보고 ‘어, 또 보네?’ 그러기에 베시시 웃어보였다.

대기실의 조금 구석진 자리에 그와 함께 앉았다. 대기실엔 그와 나, 그리고 엠블랙 멤버 형들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들 방송 보느라 바빠서 우리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도 그냥 TV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데 부드럽고 따뜻한 무언가가 뜬금없이 내 볼에 닿았다가 금세 떨어졌다. 고개를 갸웃하며 옆에 앉은 그를 쳐다봤지만 TV 화면에 집중한 얼굴 밖에 없다.


“와, 멋지다.”


선배 그룹의 무대를 보며 대기실의 형들이 잠깐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그 사이에 끼기도 뭣하고 해서 그냥 계속 화면만 쳐다보는데, 아까 그것으로 추정 되는 게 또 내 볼에 닿았다 떨어진다. 아까처럼 그를 돌아보았더니 그가 내 입술에 쪽- 뽀뽀를 하고 금세 멀어진다. 놀란 내 어깨가 바짝 올라갔다가 가라앉는데 형들이 우릴 돌아본다.


“방금 무슨 소리 났는데.”

“나도 들었어. 쪽, 소리 같은 거.”

“야, 방철용. 너 성종이가 아무리 예뻐도 뽀뽀 같은 거 하면 안 돼.”


형들의 장난에 그가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나도 덩달아 형들에게 그런 거 아니라며 손바닥을 내저었다. 형들이 다시 TV 화면에 집중하자 그가 또 기다렸다는 듯이 내 볼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그런데도 내 반응이 없자 두어 번 더 그러더니 나를 끌어안고 내 팔에 앞 통수를 비벼 댄다. 그게 또 귀여워 쳐다봐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고갤 들고 내 입술에 뽀뽀를 하고 떨어진다.


“철용아, 그만 하라니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하는 승호 형에 그가 저 아무 짓도 안했어요, 한다. 그 역시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그의 강아지 같은 눈 속에 가득 찬 내가 행복하다.









이..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생각이 아니었는데 흑흡...
밀쫑 안녕... 그동안 날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웠어.

야 방철용. 이성종이랑 사귀라고


'오래된 글들 > Te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Y_O_U 中  (2) 2011.12.30
Y_O_U 上  (0) 2011.12.27
Posted by Jo_s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