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_O_U 上

2011. 12. 27. 21:57 from 오래된 글들/Text
 


Y_O_U

철용X성종








음악 방송 연말 특집의 스페셜 무대 준비를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 우리 그래서 뭐 하는데요? 하는 광희 형에 프로듀서 형이 원더 보이즈, 그런다. 각자 역할을 나누자 녹음 먼저 바로 시작하자는 말에 모두들 노래가사가 적힌 종이를 내려다본다.

손바닥으로 가슴팍을 꾹 눌러봤다. 얇은 면 티 위로 차가운 손끝이 닿는 느낌이 생경하다. 노래 조금 부르는데 왜 이렇게 떨린 거야.


“성종아, 겉 옷 어디에 뒀어?”

“밖에요.”


밥 먹자며 나오라는 현무 형이 흰 면 티만 입고 있는 날 보고 묻는다. 딱히 춥다고 못 느껴서 괜찮았는데. 밖에 히터 꺼서 추울 거라며 말한 현무 형이 어쨌든 빨리 밥 먹으러 나오라며 재촉한다. 추우면 나가서 옷 입으면 돼지, 라는 마음으로 스튜디오에서 나가려고 문 쪽으로 향하는데 차가운 손이 내 손목을 덥석 잡는다.


“아…….”


내 앞으로 옷 하나를 내미는 남자.


“녹음도 다 못 마쳤는데 감기 걸리면 안 되지.”


내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스튜디오 문을 열고 나간다. 히터 좀 키라며 양 팔을 감싸 안는 마른 등. 그 등을 가만 바라보다 내 손에 들린 옷을 내려다봤다. 내가 녹음하는 걸 지켜보며 그가 계속 입고 있던 외투. 팔을 끼워 입지는 못하고 어깨 위로 대충 걸치기만 했다.


“성종이 너 짜장 시켰어?”

“아니오, 볶음밥…….”


어쩌지, 자장면 밖에 안 남았네. 어쩐지 돈이 조금 덜 나왔다며 말하는 광희 형. 나는 괜찮다며 자장면이 든 그릇을 집어 들고 허리를 폈다. 빈자리가……. 2인용 소파의 한 자리가 비어있다. 다른 한 자리에는, 내게 외투를 벗어주고 니트 티만 입은 그가 앉아있다. 미르 옆자리 비었다, 저기 가서 앉아. 내 등을 미는 광희 형에 못 이겨 그가 앉아있는 소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바로 옆까지 다가오자 숙였던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앉아도, 되요?”


나무젓가락을 든 손을 꼼지락 거리며 묻자 좀 전에 내 손목을 잡았던 손으로 빈 제 옆자리를 톡톡 두드린다. 살짝 걸터앉아 젓가락을 톡 떼어내고 자장면 그릇의 비닐을 벗기는데 그가 내 손에 들린 젓가락을 빼앗아 간다. 당황해서 그가 하는 양을 쳐다보는데 양 손바닥 사이에 젓가락을 끼우고 몇 번 돌려댄다. 맞아, 성규 형이 알려줬었지. 젓가락을 받으려고 손을 들어 올리는데, 대뜸 내 무릎 위에 있던 그릇을 가져가더니 젓가락을 꽂아 넣고 한 번 들어올린다.


“……감사합니다.”


다 비벼진 자장면과 젓가락이 든 그릇을 받아들었다. 그도 볶음밥이 든 제 그릇을 다시 손에 든다. 애매하다. 그러니까, 애인에게 사랑 받는 여자의 마음이 이럴까. 왜 이렇게 친절하게 굴어요, 모든 사람에게 그래요? 물어보고 싶지만 작게 열린 입은 그저 자장면 한 젓가락을 담을 뿐.

면 음식을 잘 먹지 못해서 느리게 먹는 도중에 어깨를 두드리는 손을 느꼈다. 입 안에 들어있던 음식물을 삼키며 고갤 들자 그가 날 바라보고 있다.


“먹던 거라도 괜찮으면 먹을래? ……볶음밥.”


나조차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건지 모르게 그의 얼굴만 빤히 바라보고 있자, 그가 숟가락에 밥을 올려 내 얼굴 앞에 내민다. 잠시 망설이던 내 입이 그걸 받아먹고 꼭꼭 씹는다. 국그릇을 손에 든 그가 국을 한 숟갈 떠 또 내게 내밀고 나는 또 받아먹고. 그러기를 서너 번째.


“니들 소꿉놀이 하냐?”


입 안에 든 음식을 씹으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동희 형에 현무 형이 거든다.


“성종이가 애기야, 애인이야?”


뭐가 그리 재밌는지 사무실에 모인 사람들이 와하하, 웃는다. 차마 볶음밥을 더 먹을 수가 없어서 붉어졌을 얼굴을 자장면 그릇에 파묻듯이 하고 꾸역꾸역 그것을 먹었다.


“야, 성종아. 왜 그래? 괜찮아?”


면 음식을 먹을 때 마다 목에 걸려 고생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콜록거리며 손으로 입을 가리자 광희 형이 호들갑스레 물어온다.


“물…… 좀…….”


내 죽어가는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내게 물이 든 컵을 내밀었다. 컵을 받아들고 고갤 들자 내 옆자리에 앉은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기침을 참으며 물을 마시고 컵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열이 오른 양 볼을 손등으로 식히는데, 내 무릎 위에 있던 자장면 그릇을 가져가고 볶음밥이 든 그릇을 놓아주는 손. 역시나, 그다.


“저, 괜찮은데.”


그와 마주치는 시선 사이에 내 눈물이 고여 있다. 그냥 먹으라고 말하는 그의 손이 내 눈 꼬리를 눌러 눈물을 닦아낸다. 여전히 차가운 손. 나는 그저 고맙습니다, 중얼거리며 시선을 피한다.

녹음이 계속 되었다.

“성종이 한 번 더 가보자.”


동희 형이 녹음한 파트가 끝나갈 때 쯤 숨을 들이쉬며 창을 통해 녹음실 밖을 바라보는데 스튜디오에 그가 서있다. 언제 들어왔지,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노래를 불러야 해서 가사가 적힌 종이로 시선을 돌렸지만 신경이 쓰여서 죽을 맛이다.


“이런 적이 없는데 내 가슴이 두근두근두근 대고오.”


가사가 왜 이래. 나를 쳐다보고 있을 그가 눈에 훤하다. 몇 번 본 적 없는데 네 모습이 자꾸만 꿈에 나와. 이다음 가사는 또 왜 이래!


“차분하려 하는데 니가 또 내 앞에만 나타나며언 사랑 한, 다, 고, 말, 해버릴 것만 같아아.”


‘사랑한다고’ 부분을 부르며 나도 모르게 그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선을 피했지만 숨이 멎어버릴 것 같아 목소리가 떨렸다. 프로듀서 형은 감정 제대로 잡았는데, 하며 웃었다. 끝까지 긴장한 채로 2절까지 녹음을 마치고 녹음실에서 나왔다. 이제 미르 해보자, 프로듀서 형의 말에 그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잘 했어.”


작게 속삭이는 그 말에 어깨가 떨렸다.

녹음이 모두 끝나고 내일 다시 모여 춤 연습을 하기로 약속한 후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바람까지 불어 날이 더 차졌다. 벌써 10시가 넘었고 인적이 드문 거리는 까맣다. 프로듀서 형과 현무 형이 먼저 가고 동희 형과 광희 형도 차로 향한다.


“저는, 매니저 형이 조금 늦는대서 기다렸다 갈게요.”

“그래? 성종이 혼자 괜찮겠어?”


내 말에 동희 형의 걱정이 이어져서 괜찮다고 하려는데 묵묵히 내 옆에 서있던 사람이 입을 연다.


“제가 같이 있다 갈게요. 저도 매니저 형이 좀 늦게 온다고 했거든요.”


형들에게 손을 흔드는 그를 쳐다봤다. 추운지 옷깃을 여미는 그에 나도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어깨를 움츠렸다. 내일 보자. 골목을 돌아 사라지는 차의 꽁무니를 쳐다보다 내 신발 코로 시선을 옮겼다.


“미르 형,”

“응?”

“이라고 부르면 되요?”


내가 생각해도 뜬금없는 내 말에 그가 푸흐흐, 웃는다.


“뭐라고 부르고 싶은데?”

“본명 있잖아요, 동희 형처럼.”

“뭔지 알아?”

“방송 보면서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나요.”


내가 조금 미안한 얼굴을 하고 말하자 예의 그 미소를 또 지어 보인다.


“그럼 그냥 미르 형이라고 불러.”


끄덕 끄덕.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여보이곤 다시 내 신발 코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답답하고, 어색한 이 상황이 또 답답하고. 잠깐 하늘을 올려다보며 있지도 않은 별을 찾으려 눈을 굴리는데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빛이 골목을 돌아 비춰온다.


“어, 왔다.”


까만 벤이 건물 앞에 서고 나는 그를 잠시 돌아보았다.


“뭐해, 추운데. 얼른 타.”

“먼저 가도 괜찮아요?”

“형 매니저도 거의 다 왔대. 잘 자고 내일 보자.”


예쁘게 미소 짓는 그에 다시 고개를 끄덕여 주고,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잘 가, 성종아.”

“안녕히 가세요.”


차 문을 닫고 앉았지만 매니저 형이 잠시 통화를 하느라 차가 출발하질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오늘 고마웠다고 인사라도 하려고 창문을 내리는데 아주 살짝 내린 채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네, 형. 지금 막 끝났어요. 빨리 와요, 추워.”


손가락 하나라도 통과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좁은 틈을 통해 들려오는 그의 통화 소리가 내 마음을 울리고 온 몸을 굳게 한다. 땅만 쳐다보며 그렇게 통화하고 전화를 끊는 모습을 보자마자 차가 출발한다. 나 때문에,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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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보이즈에 꽂혀서 오늘 하루종일 시간 나는대로 열심히 쓴 글 ^_ㅜ
성종이 노래 하는데 미르가 웃는 거 보고, 미르가 성종이 머리 만지는 거 보고...
난 아무 잘 못 없다. 다시 태어나도 만년 호모일 나에게 떡밥을 준 건 너희임 ㅇㅇ



다음편은 아마.. 내가 원더보이즈를 10만번 더 본 후에 올라올지도 ^^...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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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o_see :